4월 말 서울하프 마라톤을 신청한
상태라 2~3일 간격으로
집 근처 공원에서
10km 정도 뛰고 있다.
어제도
회사 퇴근 후 저녁을 먹지 않고
운동 준비를 했다.
물론 뛰고 나서는
딸내미가 만들어온
고구마 케이크와 닭다리살을
먹긴 했지만....
요즘은 점심을 좀 배부르게
먹었다 싶으면
저녁 식사 시간대에 배고픔이 전혀 없다.
중간에 간식을 먹는 것도
아닌데.
아내 덕분에 퇴근 후 저녁시간에
운동을 할 수 있어
고맙다고 표현했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손목시계 세팅을 하고
조깅으로 시작했다.
공원까지 가는 길은
3번의 신호등을 건너야 해서
달리기가 줄 곧 끊긴다.
그래도 템포를 잃지 않으려
횡당보도 앞에서
제자리 뛰기를 하며
신호를 기다린다.
마치 되게 운동 많이 한 선수 마냥 ^^;;
공원에 도착하면 본격적으로 트랙을
달린다.
날씨가 많이 풀어져
저녁 시간대에도 운동하는 분들이
꽤 많아졌다.
3km 정도 달렸을 때 슬슬 몸에
체온이 오르면서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다.
공원 트랙 테두리 바깥쪽으로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붙어서 같이 달리고 있다.
그런데 뒤에 계신 분이 2~3바퀴를
도는 동안 계속 내 뒤를 따라오는 것이
아닌가.
4바퀴를 돌 때쯤 내 옆에서 같이 뛰길래
옆얼굴을 잠시 볼 수 있었다.
연세가 60대 중반의 남자 어르신께서,
땀을 뻘뻘 흘리시면서도
나와 같은 페이스로 달리고 계셨다.
계속 옆에서 나란히 달리면서
내게
" 혹시 대회 나가세요? "
네.... 4월 말 신청한 대회 있어서 나갑니다.
"아~저도 신청했어요"
이어 계속 말씀을 거셨다.
오늘 얼마쯤 달릴 거냐,
물은 가져왔냐.
보통 연습은 어디서 하냐 등등..
오늘은 보통 달릴 때 비해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대화하기에 숨이 가쁘긴 했지만,
답변을 하면서도 같이 계속 달렸다.
내가 40대 정도로 보인다고.
한눈에 알아보셨다.
본인은 60대 중반인데
본인도 40대에 마라톤 시작해서
지금까지 달리고 계신다고.
그분은 풀코스를 최고 3시간 15분까지
달려봤다고.
그리고
미국 보스턴 대회까지 다녀오신 적 있다고.
와~~~
(마라톤 고수였다^^;;;)
그런데, 한동안 골프에 빠지셔서
마라톤을 놓고 계셨는데,
자꾸 살이 찌는 거 같아서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고.
그분께서 물 가져온 게 있으니,
같이 물 마시고
더 뛰자라고 하셨다.
덕분에 물을 안 가져온 나는 중간
휴식 겸 물도 얻어마실 수 있었다.
인천대공원이 마라톤 훈련에
참 좋은 장소라고 말씀도 해주시고,
본인이 속한 동호회가 있으니
관심 있으면 나오라고.
철인 3종 하는 분들도 계신다고~~
(아직 풀코스도 못 뛰어 봤는데, ㄷㄷ~~)
이러저래 오늘 처음 뵙는데
같이 뛰면서 생각보다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10km에 다 달았을 때
난 너무 숨이 차 이제 그만
걷겠다고 말씀드리고
헤어졌다.
오버페이스를 하는 바람에
숨 가쁘게 계속 달렸지만
그 덕분인지 몰라도
처음 뵙는 분과 같이
운동한 느낌이 좋았다.
아...
운동을 통해 이렇게 나이 불문하고
같이 대화하며 즐길 수 있는 거구나.
소소한 대화였지만,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있으면
그 무리에 속해 보는 것도
하나에 즐거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의도치 않게
몸소 체험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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