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특별한 스케줄이 없는 한
주말은 가족들과 시간을 함께 보낸다.
집에서 영화를 보든,
같이 도서관을 가든.
아니면 공원에 나들이를 가든.
토요일 종교 행사 이후
아이들이 친구들과 공원에서
놀던 중
우리 아이들이 친구에게
내일 너네 집에 놀러 가도 되냐고 물었단다.
예전에 한번 그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어서 그랬는지,
그때 이후로
우리 아이들이 그 친구네 집에도
가고 싶어 했었다.
아이들은 친구가 부모님께
물어봐야 한다고 하니,
바로 달려가 친구 부모님께
놀러 가면 안 되냐고 졸라댔다.
친구 부모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락을 해주셨다.
아내에게 듣기로는
친구 아빠가
방문하는 날
약속을 잡아 밖에 나가시는 걸로
했다고 한다.
토요일 밤 아이들을 재우고
아내와 와인을 마시며
늦게까지 얘기하느라
새벽에 잠들었는데.
난 10시가 넘어 일어났다.
아내는 아이들 아침 챙겨주고
아이들이 친구네 집
놀러 가야 하는 바람에
졸린 몸을 이끌고
집 밖을 나섰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일요일 혼자 만의 시간인가~!!!
얼떨결에 얻어걸린 시간이었다.
주말 자유시간!
하지만 내겐 해야 할
여러 가지 미션이 있었다.
빨래 개기, 집 바닥 닦기,
운동하기 등.
난 여유롭게 보고 싶었던
유튜브를 보며
빨래를 개기 시작했다.
그리고 밀대로 온 집안을
한 번씩 밀어줬다.
어영부영 천천히 움직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어버렸다.
혼자이니만큼 매콤한 게 먹고 싶었다.
냉동실에 있는 주꾸미 볶음을
먹기로 했다.
냉동실 냉동밥을 해동하고
주꾸미를 프라이팬에
가볍게 볶아줬다.
냄새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김과 김치를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책 받침대에 꽂아
먹으면서 볼 준비를 했다.
그때 잠깐 아내가 집에
뭐 놓고 간 거 있다고
다시 들어왔다.
아내 입에 주꾸미와 밥을
김에 싸서 한입 넣어주고
다시 보내줬다.
일요일 낮
점심에 막걸리 한잔을 곁들이고
싶었지만,
오후에 비 예보가 있어
혹시라도 아이들 데리러 가야 할까 봐
그것만큼을 참았다.
역시, 매꼼 주꾸미는 진리였다.
양념도 맛있고
주꾸미도 야들야들해서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맛있게 주꾸미에 밥을 먹고,
입 안 좀 식힐 겸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내
후식을 즐겼다.
달달한고 시원한 수박을 먹으니
입에 매운맛이 자연스레
사라졌다.
아이들과 아내가 먹었던
아침 설거지와 내가 먹은 점심 설거지를
합쳐서 식기세척기에 돌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탔다.
집에 있을 땐 보통 원두를 갈아서
드립커피로 내려 마신다.
구수한 맛의 커피보단
산미 있는 향의 커피를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중에
또 하나가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거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어 놓고
커피를 마시며
보고 싶었던 책을 좀 읽었다.
별로 한 것도 없는데,
그새 4시 반이 지나고 있었다.
아.... 시간이 정말
엄청 빨리 흘러가는구나.
난 선택을 해야 했다.
운동을 할지,
아니면
평일에 마실 야채주스를 만들지.
고민 끝에 오늘 운동을 하기로 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 올 거냐고, 나 이제
운동하러 간다고.
혹시 비 오는데 데릴 거 가야 되냐고.
그러니,
와이프가
'왜 여태 뭐 하다가 지금 운동 가냐고!!
ㅠ.ㅠ'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나의 얼떨결에 얻은 여유시간을
운동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1시간가량 달리면서
땀을 빼니 개운해졌다.
이제 씻고
아이들 저녁을 챙겨줘야 했다.
아내는 친구네 집에서
같이 애엄마랑 얘기하면서
간식을 계속 먹었더니 저녁 생각이 없다고.
비도 오고 배도 고프고 해서
빨리 먹을 수 있게
집 근처에서 뼈해장국 1인분을
포장해 왔다.
다행히 아이들이 너무나도
맛있게 잘 먹어줬고,
나도 덩달아 소주 한잔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 친구 부모님과 아내 덕분에
내가 오늘 최대 수혜를 얻어 누렸다.
물론 반나절 동안의 시간이었지만,
나름 여유롭게
즐겁게 휴일을 보낸 거 같아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음번에는 기회가 되면
아내에게도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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