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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통하여

40대 직장인이 평온한 주말 어느 어르신과 나눈 짧은 대화에 대하여

by 3books-lee 2024. 5. 26.

 

 

지지난주 첫째 딸내미와 함께

주말에 집근처 수영장을 다녀오고

글을 남겼는데,

또 오늘 수영장을 아침에 방문하게 되었다.

 

 

 

첫째 아이는 아직 수영을 재밌어한다.

수영학원도 다니고 있고,

때가 되면 레벨 테스트를 받기도 한다.

 

 

 

지금은 4개 수영을 하긴 하는데,

한 6개월 정도 더 배워야

자세가 자연스러워질 거 같다.

 

 

 

그래도 쉬는 주말에 같이 수영장 가자고

먼저 권유하는 딸내미가 기특하다.

 

 

 

여자아이라서 같이 주말에 목욕탕을 가진

못하지만

수영장이라고 같이 갈 수 있어

기분이 나도 좋다.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와 주말에 가끔

목욕탕을 가곤 했는데,

아버지는 정말 2~30분이면

목욕을 후딱 끝내시고

빨리 집으로 오시곤 했다.

성격이 좀 급하셨다.

 

 

 

 

대화를 많이 나눈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절 아버지 등도 밀어드리고

나도 아버지가 등을 밀어주시고 하면서

아버지와의 시간을 보내곤 했다.

 

 

 

 

 

 

체육시설에 있는 수영장이라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현장 등록을 해야 한다.

 

 

 

 

당일 시간에 인원제한이 있어

현장 등록이 안될 수도 있다.

 

 

 

 

오늘도 아침에 딸내미와 출발하면

'오늘 어쩌면 수영 못하고 올 수도 있단다'

라고 미리 얘기를 해줬다.

수영 못하고 오면 실망할까 봐.

 

 

 

 

같이 자전저를 꺼내서

나란히 수영장으로 향했다.

 

 

 

수영장 현장에서 오늘도

다둥이 할인을 받고

다행히 입장할 수 있었다.

둘이 합쳐 3,000원에.

 

 

 

 

너무 좋은 것 같다.

인당 1500원에서

1시간 반 정도 수영을 할 수 있다는 게.

 

 

 

아직까지는 주말 아침부터 만석이 되지

않아서 그런지

2번째 연속으로 현장 등록을 하고 있다.

 

 

 

 

우린 각자 옷을 갈아입고

수영장에서 만났다.

 

 

 

둘이 준비 운동을 하고

우선 걷기 레인으로 가서

물속에 들어가려는데

지지난주에 뵈었던 어르신이

또 거기 그 시간에 계신 것이다.

 

 

 

 

어르신도 물속에 들어오는 우리를

한눈에 알아보셨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인사를 드렸다.

반갑게 인사를 받아주셨다.

 

 

 

 

 

우린 걷기 레인에서 2바퀴 정도

물속 걷기를 하는데,

물 온도도 그렇고

공기 온도도 지난번 보다

약간 썰렁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주는 물 온도 조절로 따듯한 온수도

나오곤 했는데, 오늘은

바깥 기온이 많이 올라서 그런지

물속에 온수는 없었다.

 

 

 

 

얼른 몸을 움직이려고 초급 레인으로 옮겨

수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자유형, 그리고 나서

평형을 했다.

 

 

 

 

곧바로

수영장 쉬는 시간이 돼서

물 밖으로 나와야 했는데,

아직도 썰렁한 느낌이 있어서

저번처럼 사우나로 들어가

쉬자고 딸내미한테 얘기했다.

 

 

 

 

딸내미는 수영장 주변에 놓인 의자에

앉아도 괜찮다고 했는데,

내가 따뜻한 곳에 있고 싶어

사우나로 손을 잡고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오늘 인사드렸던 

어르신이 지지난주와 똑같이

사우나에 먼저 앉아계셨다.

 

 

 

 

다시 인사를 드리고 옆에 같이

앉았는데,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혹시 아버님의 연세가 어떻게 되나요?'라고

 

그래서 나는

 

'저의 아버지는 좀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아이고,.... 그럼 어머님은 계신가요?'

'네, 어머님은 잘 지내고 계십니다.'

 

 

어르신의 눈빛은 딸내미와 이번에도 같이 운동을 온

우리 부녀의 모습이 이뻐 보였나 보다.

 

 

'혹시 풍수지탄이라는 뜻을 아세요?'

 

'듣기 했는데, 제가 그 뜻을 정확히 기억을 못 하네요'

 

 

'자식이 커서 부모에서 효도를 하려고 해도

부모가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말이죠.

 

나이가 들면 아침에 일어나는 게 하루하루가 다르답니다.

어떨 때는 한쪽 팔이 안 올라가고,

어떨 때는 숨이 가빠질 때고 있고 그래요.'

 

 

 

갑자기 어르신께서 내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약간 의아해했다.

 

 

 

 

더 이상 대답을 못하고 그 말뜻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 어르신은 여기 수영장을 다니시고

일요일에도 다른 수영장을 가신다고 했다.

 

 

혹시 나도 일요일에 수영을 하고 싶으면

자기가 가는 수영장으로 오라고

안내도 해주셨다.

 

 

 

어르신께서 말씀해 주신 뜻을 생각해 보니

이런 말씀이 아니었을까 생각을 했다.

 

 

 

부모가 자식을 애지중기 키워서

출가를 시키고

또 그 자녀가 커서 결혼을 해서

아기를 낳아 키우다 보면

자기를 키워준 부모보다는 자녀에게 더

관심가 시간을 갖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자신을 키워 준 부모를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부모는 점점 늙어서 병들어 가니,

기다리지 말고 그때그때 살아계시는 부모에게

잘 대해드려야 한다고.

 

 

 

 

한편으로는 그 어르신도

나 같은 자녀분과 손주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자식 같은 마음에 건네주신 말씀이

아니었을까.

 

 

 

 

 

난 다행히도 양가 부모님들이 근처에 계시고

언제든 연락을 하고

지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

 

 

 

 

 

물론 부모님들은 자식들에게

말씀하시지 못하는

서운한 점들이 있으리라.

 

 

 

 

딸내미와 수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오늘도

마트에서 바나나 우유가 아닌

딸기 우유 4개를 집어 들어

집으로 돌아왔다.

 

 

 

 

기분 좋은 주말의 시작이었다.